대학노조 신규지부 기획...고려대학교2지부 황성관 지부장 인터뷰

▲ 대학노조 황성관 지부장 (왼쪽에서 두번째) 고려대학교2지부 동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학교에는 대학노조에 소속된 두 개의 지부가 있다. 고려대지부는 정규직원 중심, 고려대2지부는 무기계약직 직원이 중심이다. 민주노조를 위한 뜻은 하나지만, 직종간의 차이로 둘로 나누어져 있다. 대학노조 고려대학교지부와 2지부는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 속에 있다. 그 중심에 황성관 고려대2지부장이 있다.

고려대2지부는 2018년 10월 25일 대학노조의 힘찬 깃발을 올렸다. 노동조합 전임도 없으며, 노동조합 사무실도 없다. 그저 맨발로 뛰고, 또 뛰었다. 49명으로 시작한 조합원은 어느새 다섯배가 늘어난 209명에 이르렀다.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위안 받던 지난 1년여를 황성관 지부장의 인터뷰를 통해 되돌아본다.

Q. 고려대2지부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우연히 알게 되었다. 나의 급여와 나보다 10년 더 오래 근무한 직장선배의 급여가 똑같다는 사실을, 그 사실에 많이 놀랐고, 그 때부터 처우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밖엔 답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Q. 조합원이 49명에서 209명까지 늘어난 힘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A. 일단 노동조합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게 가장 중요했다. 언론 속에서 비치는 '민노총'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많았다. 인식에 대한 전환과 설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Q. 1년 넘는 시간동안 노동조합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성과가 있다면?

A. 첫 번째는 지부 설립 후 11개월 만에 조합비공제가 이루어진 점을 꼽고 싶다. 그 전에는 혼자서 조합비를 걷었는데, 마치 사채업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알다시피 전화해서 돈을 달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 그 분들도 조합비를 내기 싫어 안 내는 게 아니다. 일이 워낙 바쁘다보니 미안해하며 조합비를 넣어준다.

내가 이 점을 힘들어하니 대학노조 총무국장님이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상황을 역이용 해 보라고, 전화로 개인 조합원의 고민상담도 받으며 힘든 상황을 공유할 수 있으니 오히려 조합원 간 결속의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 성과는 고려대지부와 2지부가 같은 노동조합이라는 점을 확인받은 사실이다. 노동위원회가 우리 지부의 교섭단위분리신청을 기각하면서 "고려대지부와 2지부는 전국대학노동조합의 내부 편제"라고 판시했다. 이를 근거로 고려대지부와 2지부가 하나의 노동조합이라는 사실을 인정받았으며, 교섭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본다. 대학노조 수석부위원장님과 사무처장님, 정책실장님이 많이 도와주었다.

Q. 노동조합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A. 아무래도 전임이 아니다보니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조합원들을 위한 커다란 파이가 내 앞에 놓여있는데, 뚜껑조차 열지 못하고 파이를 나눠줄 여유가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다음으로 힘들었던 점은 역시 사람간의 관계였다. 노동조합은 사람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연대를 외치지만 일반 조합원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한다. 주변의 선배 지부장님들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지부장으로서 여기저기 얼굴 보이고 설득도 하고, 술도 먹고(웃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여러 사람들을 섭외했다. 솔선수범의 자세로 여기저기 움직이니 주변에서도 많이 도와준다.

Q.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

A. 지난 1년이 고려대2지부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면, 앞으로의 1년은 조합원간 화합과 더 많은 조합원을 모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그리고 직종간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것에도 힘을 쏟고 싶다. 노동조합의 힘은 단결된 조직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Q. 무기계약직이라는 굴레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A. 정규직 노동자와 들어온 차이는 인정을 한다. 그러나 요즘은 직종의 차이가 있을 뿐, 똑같은 채용시스템으로 들어온다. 업무의 차이도 없다. 예를 들어 한 부서에 A,B,C,D라는 업무가 있다면 D,C,B,A로 바뀌어도 업무를 할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다른 급여를 받아야 하는 점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공기관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한다면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자회사를 만들고 있다. 무기계약직도 정규직이라고 한다. 톨게이트 노동자 사례를 보면 꼼수로 정규직화하는 것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총장 발령직은 정규직이고, 부서장 발령직은 자회사 고용이다. 대학은 교육기관이다. 교육의 목표는 인재양성이다. 그러나 계급을 나누고 이익만 추구한다. 대학은 더이상 기회균등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검찰개혁, 사법개혁도 중요하지만 교육개혁도 반드시 필요하다.

Q. 신규지부 입장에서 다른 신규지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신규지부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 상황에서 누가 가르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활동하지 않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 노동조합을 만들었으니 다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발로 뛰면서 연대도 해야 노조운영이 자연스럽게 익혀진다. 적극적으로 뛰는 지부가 되고, 튀는 지부가 되어야 그만큼 더 얻을 수 있다. 고려대2지부가 창립 1주년 기념식을 한다고 하니 "고려대2지부는 꼭 가야지"라는 말을 들었던게 가장 뿌듯했다. 기다리면 안된다. 투쟁과 연대가 노동조합의 힘이다.

▲ 대학노조 황성관 지부장이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대학노동조합
▲ 대학노조 워크숍에서 고려대2지부 동지들과 함께. ⓒ 전국대학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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