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지부, 24일 집단 단식 농성과 삭발 결의

▲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무기한 집단 단식 돌입 및 집단 삭발식.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성탄 전날 부산대병원 로비는 눈부시게 빛났다. 병원장이 장로라 그런지 정성을 다 해 꾸민 온갖 성탄 장식들이 햇볕을 받아 더 반짝이고 있었다. 이 곳에서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집단 단식 선포와 삭발식을 진행했다. 병원 로비는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흐느낌으로 가득찼다.

직접고용 쟁취를 위해 12월 10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을 시작한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지부가 24일 오전 10시 집중 교섭과 비정규직 연내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대병원 지부는 직접고용을 위해 38일간의 천막농성과 30일의 단식농성, 네 번의 경고파업을 진행했다. 여전히 자회사 전환을 고집하고 있는 병원측에 맞서 부산대병원 지부는 12월 24일 집단 단식 농성과 삭발을 결의했다.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장은 "이정주 병원장이 처음엔 서울대병원 핑계를 대다가 서울대병원이 합의하자 충북대병원 핑계를 댔다. 충북대병원도 합의하고 나니 의사들의 투표로 직접고용 여부를 결정하자고 한다"라며 "이정주 병원장이 우리를 인격적인 존재로, 존엄한 인간으로 생각했다면 이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윤 본부장은 "우리는 한번 쓰고 버리는 상품이 아니라 인간이다. 천하보다 귀한 사람이다"라면서 "이 투쟁이 빨리 끝날 것이라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 까지 오래 지속될거라 생각하지도 못했다"라며 "우리는 이 병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며 우리의 투쟁은 그것을 확인하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식과 삭발을 결의한 조합원들이 무대로 올랐다. 박수와 함께 여기저기서 울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엄숙한 가운데 삭발식이 진행되자 병원 로비는 흐느낌으로 가득 찼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임은희 부산대병원 사무장이 '삭발 결의의 시'를 낭독했다.

"촛불의 함성으로 눈부시게 열리던 하늘이 / 어둡게 닫힌 이 자리에서
촛불의 뜨거움으로 낱낱이 드러난 적폐가 / 여전히 똬리를 틀고 버티는 이 자리에서
촛불의 힘으로 세우려던 차별철폐의 꿈이 / 무참히 꺾어지고 무너지는 이 자리에서 / 우리는 외친다.

우리는 이곳을 비정규직 철폐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차별을 넘어 희망의 불길을 피워 올릴 것이다.

우리는 결단했다! / 이제 이정주 병원장이 답하라!
우리는 투쟁한다! / 이제 부산대병원이 답하라!"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삭발 결의 시 중 일부)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2월 23일 오후 4시 교육위원회 소속인 김해영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김 의원이 직접 나서 직접고용 해법을 마련하라는 입장을 전달한 뒤 김 의원 사무실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23일 오후 5시 30분께 정재범 지부장을 비롯한 부산대병원 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정주 부산대병원 원장실 점거 농성에 들어갔다.

부산대병원은 2018년 교섭에서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할 것이며 세부 사항은 노사가 추후 합의하여 결정한다'라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14개 국립대 병원 중 가장 먼저 직접고용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병원측은 올해 초 8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자회사 전환 방안과 직접고용 전환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하며 시간을 끌어왔다.

부산대병원 지부는 "사회공공성과 공익적 가치를 추구해야 할 부산대병원이 사회적 약자인 저임금 고령노동자들에게 2년 5개월의 희망고문도 모자라 또다시 해를 넘기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하루라도 일당을 못 받으면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무노동 무임금을 감수하며 파업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무기한 단식과 삭발에 나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에 이정주 병원장이 속히 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장의 발언.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 집단 단식을 결의한 조합원에게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몸벽보를 묶어 주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 부산대병원 비정규직 집단 삭발식.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 잘려 나온 여성 조합원들의 삼단 같은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였다.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 삭발식 내내 눈물을 흘린 조합원들.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 삭발한 허경순 부산대병원 비정규 지부장이 방송사들과 인터뷰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 팔뚝질로, 절규로, 눈물로 결의를 다지는 부산대병원 노동자들. ⓒ 노동과세계 이윤경 (부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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