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노총에 대한 견제 심리로 보도 봇물 사태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 발표에 따른 민주노총의 제 1노총 공식화에 대한 입장을 전한 바 있다. ⓒ 노동과세계

연말연시 정치면 화두는 단연 ‘민주노총당’ 창당이었다. 문화일보가 구랍 28일경 화제가 된 정치위원회의 <2020년 민주노총 정치사업 수립을 위한 조합원설문조사>를 정치위원회 담당자를 통해 취재하였다. 문화일보는 이틀 후 30일 기사<[단독]'제1노총' 된 민노총 '정당 창당'>를 1면에 실고 또 다른 면에 해설기사<[단독]세 불린 민노총, 총선서 '강력한 정치세력' 데뷔하나>를 실었다.
 
마침 구랍 30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이날 기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제1노총이 된 민주노총의 역할이었는데, 일부 기자들은 ‘민주노총당’ 창당 설문 문항의 배경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였다.
 
이날 30일에만 조선일보, 한국일보, 세계일보, 연합뉴스, 매일경제, 서울경제, MBN이 보도하였는데, 그 내용은 ‘민주노총당’ 창당 설문조사를 하였다는 사실보도도 있었지만 마치 민주노총이 창당을 준비한다는 식의 보도도 있었다.
 
구랍 31일에도 동아일보, 국민일보, 헤럴드경제 등이 보도하였다. 특히 조선일보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특별사면, 제1노총 등극, 김명환 위원장의 간담회 발언 등을 언급하면서“민주노총 세상이 되었다.‘는 식으로 잇따라 후속 보도를 하였으며 같은 논조의 사설을 실었다. 이런 보도는 채널A, TV조선, CNBC, MBC라디오 등으로 확산되었다.
 
반면 한겨레나 경향은 설문조사의 ’민주노총당‘ 창당을 해프닝으로 치부하는 듯 김명환 위원장의 간담회 내용만 보도하였다.
 
’민주노총당‘ 언론의 기획 상품, 하지만 일반 조합원의 정서도 무시 못해
 
김명환 위원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정치위원회는 이번에 화제가 된 <조합원설문조사>와 <현장간부토론>을 진행하고 있는데, 일단은 대의원대회까지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설문조사>는 총연맹과 연맹 및 본부 그리고 각 노조의 홈페이지, 커뮤니티, 문자메세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현장에선 오프 설문조사도 병행한다. 언론이 주목한 설문조사 항목은 다음과 같은 두 개다.

5. 현재 문재인 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촛불로 탄생한 정권이니 지켜주어야 한다.
□ 적폐청산, 사회개혁, 민생경제 되는 게 없으니 지지를 철회했다.
□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게 비판해야 한다.
□ 잘 모르겠다.

 

10. 노동당, 녹색당, 민중당, 변혁당, 정의당 등 진보정당들과 민주노총은 어떤 관계이어야 합니까?
□ 빠른 시일 내에 민주노총당을 만들어야 한다.
□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위해서 지지정당을 하나로 정해야 한다.
□ 진보정당들의 연대와 연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 조합원이 진보정당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되 보수정당 지지는 안 된다.
□ 조합원이라도 각자 생각이 다르니 조합원이 알아서 지지할 정당을 정하면 된다.
□ 잘 모르겠다.

사실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진보정당이 분열되고 서로 통합보다는 경쟁을 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독자적으로 노동자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에도 있었고 그런 설문조사도 수차례 진행되었다.
 
민주노총의 독자적인 정당 건설 문제는 보수정당에게도 위협이지만, 진보정당에게도 반가운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정당 건설 혹은 통합의 관점에서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진보대통합을 추진한 바 있다. 또한 지난 2017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된 ’선거연합당‘ 역시 이러한 고육지책의 일환이었다.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의 절대 다수는 아직도 특정한 당적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진보정치에 관심이 많은 무당파 조합원들은 상당수가 진짜 ’민주노총당‘을 주장하곤 한다.
 
반면 민주노총의 주요 활동가, 혹은 간부들은 일반 조합원에 비해 당적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당연히 일반 조합원에 비해 ’민주노총당‘ 실현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사회변화의 주체로 인정받는 민주노총, 정작 진보정당들은 과소 평가
 
이번 사태로 굳이 제1노총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민주노총이 한국 사회에서 사회변화 주체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사실 민주노총은 국민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민중운동을 견인하거나 투쟁의 선도자적 역할을 해왔다. 국민촛불의 초들물로서 세월호 투쟁이, 민중대회가, 백남기 열사 투쟁이 있었고, 민주노총은 그 투쟁의 주요 동력 중의 하나였다.
 
이번 보수언론의 소동에서 보듯이, 보수세력은 노동계급을 대변하는 민주노총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면서 민주노총의 사회변화의 주체역량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진보정당들이 민주노총을 보는 시각은 다르다. 진보정당들이 자신의 물적 토대를 노동계급에게, 인적 토대를 다분히 민주노총에 두고 있으면서도 ”민주노총이 뭘 해낼 수 있을까?“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정치위원장을 맡으면서 비록 늦었지만 낮은 차원이라도 이번 대대에서 합의될 수 있는 정치방침을 이끌어낼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노동정치, 진보정치에 대한 기존의 회의감을 밀어내고 새로운 정치희망의 원년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셈이다.

설문조사 페이지 바로가기 : http://naver.me/xUo1dtb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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