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약속을 지킬 때가 됐다" 현장직과의 임금격차 확대만 가져온 연봉제, 다시 호봉제로

비오는 7일 저녁, 박영석 공동집행위원장(에스와이탱크터미널지회 사무장)이 에스와이탱크터미널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화섬식품연맹

여수에서 64일째 전면 총파업을 진행 중인 노동자들이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에스와이탱크터미널 공동투쟁본부(화섬식품노조 에스와이탱크터미널지회, 에스와이탱크터미널여수지회)는 7일 아침과 저녁으로 강남 에스와이탱크터미널 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했다. 점심에는 지분의 49%를 소유하고 있는 IMM인베스트먼트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했다.

공투본은 작년 11월 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공투본의 주된 요구는 ▲성과급 지급 규정 마련 ▲(관리직)연봉제에서 호봉제로의 복귀 ▲조합 활동시간 보장 ▲카페테리아식 복지제도 도입 등이다.

에스와이탱크터미널노조(현장직으로 구성된 현 여수지회)는 20년 전 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제53조에는 ‘회사는 연간 경영실적을 감안하여 성과급을 지급한다. 지급기준 및 지급일은 성과급지급규정에 의한다’고 적시돼있다. 하지만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고, 노조는 교섭 때마다 이를 요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때문에 조합원들은 매년 회사가 책정하는 대로 성과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회사는 2019년 초 77억 7천만 원에 달하는 배당을 진행했는데, 이 금액은 앞선 2년치 배당액 76억 원보다 많으며, 2018년 영업이익인 77억여 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김성호 본부장(에스와이탱크터미널여수지회장)은 “20년간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꾹 참았다. 하지만 전년도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배당을 하고는, 전 직원에게는 합쳐서 1억여 원에 불과한 성과급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이건 진짜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20년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약속을 이제는 지킬 때가 됐다. 이것이 20년 만에 파업을 하게 된 이유”라 밝혔다.

에스와이탱크터미널 관리직은 2014년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임금체계가 변경됐다. 에스와이탱크터미널지회 박영석 사무장은 “회사는 2014년 당시 ‘현장직과의 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임금체계를 바꿨다. 하지만 현실은 평균 6% 이상의 임금격차 확대를 초래했을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카페테리아식 복지제도란 ‘선택적 복리후생 제도’로써, 노사가 합의한 ‘복지포인트’ 한도 내에서 조합원이 원하는 항목을 선택해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항목은 단연 ‘성과급 제도 마련’이다. 총파업 이후 회사는, 노조가 개인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을 수용한다면 제도를 마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개인의 성과를 명확히 측정하기 곤란하고 ▲때문에 성과 측정에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회사에 잘 보이는 직원에게는 고성과를, 밉보이는 직원에게는 저성과를 줄 수 있게 된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김성호 본부장은 “차등 성과급은 노조를 탄압하거나 와해시키려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이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 말했다.

비오는 7일 점심, 김성호 본부장이 IMM인베스트먼트가 들어서있는 강남 파이낸스센터 건물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화섬식품연맹

한편, 총파업이 길어지는 이유는 회사가 본사 인력을 투입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에 따르는 손실이 없는 이상,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공투본은 현재 ‘불법 대체근로’라며 노동부에 고소한 상태다. 이유는 에스와이탱크터미널이 아닌 다른 법인(000탱크터미널) 인력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법 제43조에는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본부의 상경투쟁은 이번 목요일 오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본부는 목요일 교섭결과에 따라 2차 상경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에스와이탱크터미널여수지회는 2000년 기업별노조로 시작했고, 20년 전 단체협약 체결 당시 가입범위가 생산직으로 한정됐다. 노조는 2019년 3월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관리직 중심으로 2017년 11월 설립된 에스와이탱크터미널지회는 연봉제로 인한 현장직군과의 차별을 철폐하고자 설립됐다.

에스와이탱크터미널은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하며, 나프타 등 다양한 액체화물을 수입, 저장하여 산단 내 공장들에 공급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노동과세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