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15일 대구서 '영남대의료원 투쟁승리' 결의대회 열어

15일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노조탄압 노조파괴 진상조사와 해고자 원직복직 등을 촉구하며 199일째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동지들이 연대를 해준 마음으로 이 옥상에서 버티고 있어요"

3천여 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대구에 모였다. 노조파괴 진상규명을 외치며 옥상에 오른 박문진 지도위원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박문진 지도위원도 이날 모인 동지들의 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민주노총(위원장 김명환)이 영남대의료원 노조파괴 사태를 바로잡기 위한 총력을 결의했다. 총 32개 가맹산하조직과 함께 15일 오후 2시 대구 영대병원네거리에서 '노동개악 분쇄! 노조할 권리 쟁취!' 결의대회을 열었다.

이날은 영남대의료원에서 해고된 지 14년째를 맞은 박문진 지도위원이 옥상에 오른 지 199일째 되는 날이다. 박 지도위원은 지난해 7월 1일 '노조파괴 진상규명'과 '노조 정상화',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70미터 고공투쟁을 시작했다. 영남대의료원은 노조파괴 악덕기업인 창조컨설팅을 고용해 민주노총을 탈퇴하거나 조합원 수를 줄이는 대가로 성공 보수를 지불했다. 당시 노동조합 간부였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돼 14년 차를 맞은 해고노동자들은 피눈물 어린 투쟁을 이어왔다.

법원은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범죄에 징역형을 선고했고, 지난 2012년 창조컨설팅 노무법인은 인가 취소됐다. 그런데도 영남대의료원의 노조파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대구지역본부,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 노조 정상화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2020년 공동시무식에서 강고한 투쟁을 결의했다. 100만 민주노총 가맹산하조직이 이에 지지성명을 보내 전국적 투쟁을 결의한 상황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민주노총은 영남대의료원 해고자복직, 노조정상화 투쟁을 이끌어 대구에서 일어난 노조파괴 역사를 씻어내는 중요한 투쟁을 만들 것"이라며 "노조파괴에 맞섰던 의지로 영남대의료원을 향해 분노와 투쟁의 함성을 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영남대의료원은 사태 정상화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정상화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추구하는 '돈보다 생명', '국민의 건강'이란 정신에 맞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지역과 보건의료 동지들, 전국의 노동자들이 노조파괴를 원상 복귀하고 해고자 복직, 영남대의료원 정상화를 위해, 그리고 '돈보다 생명'을 위해 민주노총과 함께 투쟁으로 싸워가자"고 호소했다. 

영남대의료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노사동의로 열린 사적조정위원회에서 해고자 현장복직 불가입장을 밝혔다. 조정위원 2인이 권유한 조정안을 최종적으로 거부한 상황이다.

나순자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영남대의료원은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한 사적조정위의 조정안을 거부했다"며 "노조파괴 범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나 위원장은 영남대의료원이 조정안을 거부한 것에 대해 "노조가 정상화되고 해고자가 복직하면 그간 영남대의료원이 돈벌이 중심으로 이끌어온 산업이 성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우리의 투쟁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병원이 돈을 우선시하는 병원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영남대의료원 본관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진행 중이다. 나 위원은 "박문진 지도위원이 웃으며 땅을 밟을 때까지 절대 본관 로비를 떠나지 않을 것"이란 각오와 결의를 다졌다. 

옥상에 오른 지 199일째를 맞은 박문진 지도위원도 음성으로 이날 결의대회에 응답했다. 박 지도위원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싯구로 이날 모인 동지들에게 투쟁사를 건넸다. 

박 지도위원은 "문재인 정권의 노동정책이 사기이자 허구였음에도 우리는 그것을 뚫지 못했다. 노조할 권리, 차별과 불평등, 비정규직 투쟁의 문지방을 넘지 못했다"며 "우리는 생존과 삶이 걸린 투쟁을 꾸준히 외쳐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의 권리가 무너지고 살벌한 사회를 맞이했으며 양극화가 분명한 사회를 살고 있다"면서도 "언제까지 이런 꼴을 보고 있을 수 없다. 우리 노동자들은 멀고 험해도 가시밭길을 헤치며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고 이날 모인 동지들에게 호소했다.

박 지도위원은 "빼앗기 들에도 다시 봄이 오고 꽃피 피면 함께 울고 웃는, 차별 없는 세상을 동지들과 함께 만들고 싶다"며 "우리의 투쟁 자체가 세상의 빛이 되고 길이 되는 날까지 지치지 말고 담대하고 유쾌하게 투쟁하자"고 힘주어 말했다.

나순자 위원장과 함께 본관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진행 중인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본부장은 투쟁사에 앞서 "오늘 많은 동지들이 결의대회에 함께 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 "오늘 모인 동지들의 마음으로 노동절이 오기 전 이 투쟁을 끝내고 싶다"며 "박문진 지도위원과 함께 영남대의료원이 아닌 곳에서 2020년 노동절을 맞이하고 싶다. 그럴 수 있도록 오늘 모인 동지들을 믿고 이 투쟁을 책임지고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투쟁대오는 영남대의료원 호흡기질환센터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호흡기질환센터는 박문진 지도위원이 오른 옥상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대오는 이곳에서 마무리 집회와 상징의식을 열고 "박문진 힘내라"를 외치며 연대의 함성을 올려보냈다. 박문진 지도위원도 이날 영남대의료원을 가득 메운 동지들에게 손짓으로 인사를 건넸다.

박문진 지도위원 미니인터뷰

Q. 옥상에 오른 지 벌써 199일이나 됐다. 내일이면 200일이다. 많은 동지들이 힘을 전하겠다고, 지치지 말라고 오늘 결의대회를 연다.
A. 오늘 3천여 명이 모인다고 들었다. 보건의료는 물론 건설연맹, 대구경북, 부산 등 지역에서도 모인다고 하더라. 게다가 민주노총이 직접 결합하는 대회이지 않나. 그 이상의 힘도 모을 동지들이다.

Q. 처음 올라올 때 200일이나 있을 거로 생각했나.
A. 예견은 했다. 영남대의료원 노조파괴에 맞선 투쟁이 13년이나 됐다. 만만하지 않은 투쟁이 될 거라 생각했다. 1차는 2019년 연말, 2차는 이번 설날, 다음 3차는 언제... 그렇게 계획을 하며 몇 개월은 여기 옥상에서 지낼 각오였다. 그런데도 막상 연말 분위기, 설날 분위기가 흐르는 걸 보면... 욕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잠시 말을 잊지 못했다)

Q. 200일을 맞은 기분은 남다를 것 같다.
A. 150일이 넘으면서는 돌부처처럼 있을 거로 마음 먹었다. 영남대의료원은 고래 힘줄보다 질기게 버틸 테니, 나는 돌부처처럼 앉아서 버틸 생각이다. 누가 더 오래가는지, 누가 끝에서 이기는지 끝까지 버텨볼 참이다.

Q. 영남대의료원은 노조파괴며 해고문제 등에 전혀 반성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사적조정위의 안도 거부했다.
A. 그들에겐 기본적인 철학이 없다. 노동조합으로 인한 상생은 물론이고 노동조합이 사회를 바꿀 거란 생각도 없다. 영남대의료원의 모토가 '돈보다 생명'이다. 그러나 실제 여기 자본은 '생명보다 돈'이 모토다. 그들의 모토를 노동조합이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들에게 노조는 없어져야 할 존재였을 뿐이다. 그들 스스로는 사회적합의나 교섭을 한다고 말한다. 노력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 앵무새처럼 입만 번지르르하게 말을 할 뿐이다.

Q. 영남대의료원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을까.
A. 없다. 귀를 닫고 눈을 감은 채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이들에게 내가 할 말은 없다. 해봐야 공염불에 불과하다. 고공농성을 지켜봐 주는 많은 기자들이 그런 질문을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전할 말은 없다. 

Q. 오늘 결의대회에 모인 동지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A. 동지들에겐 고마운 마음뿐이다. 옥상 생활은 정말 힘들고 어렵다. 원시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하루하루 버티고 견디며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건 동지들의 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으면 버터기 어려운 건 물론, 나 스스로 먼저 내려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연대가 힘이고 울타리다. 여름에는 선풍기였고 겨울에는 난로가 됐다. 동지들의 연대는 내게 정말 과분한 사랑이다.

 

민주노총이 15일 오후 대구 남구 영남대의료원 앞에서 '노동개악 분쇄! 노조 할 권리 쟁취! 영남대의료원 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가한 3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과 노조파괴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영남대의료원 문제해결을 위해 단식 3일차를 잇고 있는 민주노총 대구본부 이길우 본부장이 머리띠를 묶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이 대회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영남대의료원 문제해결을 위해 단식 7일차를 잇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이 투쟁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가한 3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과 노조파괴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포털사이트에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이라는 실시간 검색을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가한 3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과 노조파괴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박문진 지도위원이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곳으로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박문진 지도위원이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곳으로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박문진 지도위원이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곳으로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단식농성 3일차를 맞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 김진경 지부장이 투쟁사를 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199일차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199일차 고공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박문진 지도위원이 보이는 권역 호흡기 전문질환센터 앞으로 이동해 마무리 집회를 열고 '힘내라! 박문진'이라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상징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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