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조계사 극락전에서 문중원 열사 49재 열려

'문중원열사 대책위'와 고인 유가족  등이 서울 조계사 극락전에서 문중원 열사 49재를 올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오늘이 49재였다. 지난해 11월 29일, 문중원 열사가 한국마사회 내부 부정과 비리를 폭로하고 자결한 지 49일이 된 날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은 지 49일이 되면 영혼이 빠져나가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믿었다. 문중원 열사는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한 채 49일째를 맞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유족은 서울로 올라왔다. 지난 달 27일이었다. 죽음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마사회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정부서울청사 옆에 시민분향소를 차리고 농성을 시작했다. 문중원 열사도 그 옆에 모셨다. 그렇게 오늘로 20일째를 맞았다.

문중원 열사 시민대책위는 16일 오전 서울 조계사 극락전에서 문중원 열사 49재를 올렸다. 대책위는 "고인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49재를 올려야 해 분하고 억울한 마음뿐"이라며 "그러나 마음을 다해 고인을 추모하고 죽음의 일터인 한국마사회를 바꾸기 위한 걸음을 내디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인 혜찬스님은 "문중원 열사는 죽음으로 이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지고 갔다. 부정과 비리, 갑질은 비단 마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이 사회에서 도려내야 할 암적인 존재"라며 "문중원 열사의 뜻을 받들어 부정과 비리가 없는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문중원 열사를 웃으며 떠나보낼 길"이라고 추모사를 올렸다.

남편과 아들, 사위를 떠나보내는 유족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49재를 지내는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문중원 열사 부인 오은주 씨는 "남편이 차가운 길바닥을 떠나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보내야 하는데 마음처럼 일이 해결되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라며 "모든 게 다 내 잘못 같아서 더 악착같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은주 씨는 "늘 지친 몸이지만 아이들 때문에 힘을 낸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아빠의 빈자리가 매우 크다. 하지만 아빠가 남긴 흔적을 슬픔으로 바라보지 않고 행복한 추억으로 간직하도록 아이들을 키울 것이다. 더 단단하게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49재에는 부산에서 올라온 문중원 열사의 두 아이도 함께 했다.

문중원 열사의 아버지 문군옥 씨는 "아빠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것을 모르는 아이들은 아빠가 선물을 가득 들고 올 거라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비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김낙순 회장과 이 정부를 훗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문군옥 씨 역시 "우리가 요구하는 진상규명과 관계자 처벌, 제도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아들 중원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여러분도 애써 달라. 요구사항이 관철돼 중원이를 하늘로 보내주고 싶다"고 말을 맺었다.

49재가 끝난 후 시민대책위는 조계사를 출발해 광화문과 청와대 사랑채, 세종로 시민분향소로 이동하는 헛상여 행진을 이어갔다. 행진에 앞서 문중원 열사 장인 오준식 씨는 "사위를 보내기 전에는 이렇게 눈물을 많이 흘려본 적이 없었다"라며 "이 눈물이 단단한 마음으로 굳어 포악한 마사회의 잘못을 고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진 대오가 광화문을 지날 때, 대오는 문중원 열사 시신이 안치된 세종로 공원을 향해 묵상했다. 때마침 광화문 수문장 교대식으로 많은 인파가 몰린 그곳에서, 문중원 열사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장송곡을 틀고 헛상여 행진을 해야만 했다. 불과 3년 전 적폐를 끌어내리려 촛불을 들었던 광장이다. 그곳을 지나던 길이었다. 유족들은 끝까지 눈물을 참지 못했다.

'문중원열사 대책위'와 고인 유가족 등이 조계사 극락전에서 문중원 열사 49재를 올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문중원열사 대책위'와 고인 유가족 등이 조계사 극락전에서 문중원 열사 49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고인의 아들이 엄마 오은주 씨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문중원 열사 부인 오은주 씨가 눈물을 흘리며 고인 영정 앞에 술잔을 올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문중원 열사 아버지와 어머니가 고인 영정 앞에 절을 올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과 김용균재단 대표이사 김미숙 씨가 문중원 열사 영정 앞에 절을 올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문중원열사 대책위'와 고인 유가족 등이 조계사 극락전에서 문중원 열사 49재를 올리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문중원 열사의 49재를 마친 '문중원열사 대책위'와 고인 유가족 등이 고인의 영정과 헛상여, 상징물를 들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문중원 열사의 49재를 마친 '문중원열사 대책위'와 고인 유가족 등이 고인의 영정과 헛상여, 상징물를 들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문중원 열사의 49재를 마친 '문중원열사 대책위'와 고인 유가족 등이 고인의 영정과 헛상여, 상징물를 들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문중원 열사의 49재를 마친 '문중원열사 대책위'와 고인 유가족 등이 고인의 영정과 헛상여, 상징물를 들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김용균재단 대표이사 김미숙 씨(오른쪽)와 한빛센터 이사장 이용관 씨 등이 고인 유가족과 헛상여를 따라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문중원 열사의 49재를 마친 '문중원열사 대책위'와 고인 유가족 등이 고인의 영정과 헛상여, 상징물를 들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문중원 열사의 49재를 마친 '문중원열사 대책위'와 고인 유가족 등이 고인의 영정과 헛상여, 상징물를 들고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문중원 열사의 49재를 마친 '문중원열사 대책위'와 고인 유가족 등이 고인의 영정과 헛상여를 들고 청와대 앞에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유가족 전체가 청와대에 온것은 처음이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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