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노동자 직접 증언으로 현장실태 고발 기자회견 열려
​​​​​​​노동안전 대책 및 실질사용자 원청과의 단체교섭권 보장 촉구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접고용노동자 해고금지 긴급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해고에 내몰리는 모습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접고용노동자 해고금지 긴급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해고에 내몰리는 모습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 변백선 기자

코로나19 고용위기가 비정규직노동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간접고용노동자의 고용유지대책이 절실하다. 원청과의 교섭권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현실이다.

민주노총(위원장 김명환)은 22일 오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간접고용노동자 고용유지대책, 원청과의 교섭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이 밝힌 바에 따르면 민주노총 상담센터(1577-2260)에 접수되는 상담자 다수는 간접고용노동자이고, 이들은 원청의 일방적인 계약변경, 무급휴직, 권고사직, 퇴사압박에 시달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항공운수지상조업) 원청과 하청의 계약관계에 대해 노동자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항공에서 용역업체를 상대로 계약 수정을 요구하고 있음. 용역업체 노동자인데 무급휴직과 권고사직 중 어떤 선택이 더 나은지 궁금함.” (원청의 일방적 계약 변경)

“(숙박 및 음식점업) 호텔 주방에서 일하고 있음. 10인 미만 사업장이며 인력 파견회사를 통해서 입사함. 최근 영업이 안된다는 이유로 권고사직함.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되는지 여부 문의.” (권고사직)

250여만 명의 특수고용노동자도 마찬가지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이 사업장 내 직접고용된 노동자만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원청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원청이 직접고용한 것이 아니란 이유로 보장받아야 할 노동권 보장 의무를 받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닥치는 순간 시한부 환자처럼 해고시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하청노동자 고용을 위해 직접교섭에 나서야 한다”라며 “간접고용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대책을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위기에 닥치면 비정규직부터 해고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어제(21일) 제주도 현장 순회를 통해 관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제주 지역 노동자들의 현실을 살폈다. 이동이 중단되고 관광객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 호텔·관광·항공·물류·운송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은 상황이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으면 휴업수당, 실업수당이라도 받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라며 “구체적인 자료를 모아 노동부와 정치권에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기업이 금융지원을 받을 때 비정규직노동자 해고를 금지하고 사전에 고용유지확약서를 제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라며 “간접고용·특수고용노동자의 고용유지 관련해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의무화해야 한다. 고용유연화도 막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장 증언이 이어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현장 노동자들은 입을 모아 고용불안과 차별현황을 토로하고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지부장은 “금호재단의 자회사이자 아시아나 하청의 하청인 회사가 코로나19로 희망퇴직 120명, 정리해고 8명, 무기한무급휴직 370명을 만들었다. 그런데도 사측은 필수인력 유지 120여 명을 제외한 인원을 모두 해고한다고 했다”라며 “노동자 생존권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다. 자기들만 살아남기 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해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고 정리해고를 무차별적으로 하는 회사에 특별관리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성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은 2010년, 2015년, 2020년 세 번 모두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현대차 3개 공장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사용주는 현대차라는 판결이다”라며 “그럼에도 원청인 현대차는 비정규직노동자를 외면하고 있다. 2018년에는 11번이 넘는 교섭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시당했다. 법에서 명시하는 사용주가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노동자를 외면하는 현실”이라고 증언했다.

이승환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지난해 2월 노조 설립 후 1년간 가열찬 투쟁을 통해 원청과 대화를 했다. 고용보장 합의서를 작성했으나, 사측은 경총을 앞세워 버티기만 한다”라며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져도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았다. 영업실적 압박도 여전하고 실적이 낮으면 징계를 내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용병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전주지부 지부장은 “환경미화 업무는 민간위탁이지만 실제 업무 지시는 하나부터 열까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한다”라며 “우리는 마스크 하나 착용하고 일하고 있다. 구호장비를 요구해도 지자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사측은 시민 혈세인 이윤만 챙기고 노동자 안전과 고용 환경은 외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주용 공공운수노조 한국잡월드분회 부분회장은 “2018년 11월 상생발전협의회에 합의서를 만들며 자회사에 들어왔다. 그러나 갑자기 생긴 제2노조의 이의제기로 1년을 넘겨 합의했는데, 이젠 3노조가 급조되어 방해를 하고있다. 3노조는 잡월드 원청 정규직과 같은 소속으로 되어있다”라며 “한국잡월드는 노동부 산하 기관이다. 노동부 산하 노조도 무시하는데 어느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겠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변기순 민주일반연맹 경남지역일반노조 신대구부산고속도로지회 사무장은 “국가재난 상황에도 원청은 교섭에 응하지 않는다. 심지어 현장 방문도 없다. 재난 지역에 설치된 영업소에 대한 지원도 없는 현실”이라며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원청도 바라보지 않는 현장을 지키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기자회견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해고에 내몰리는 비정규직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20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 기자회견과 27일 간접고용노동자 결의대회 등 간접고용노동자 원청교섭 요구 공동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의 고통을 받는 실태를 직접 증언하고 고용유지대책과 실질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초구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의 고통을 받는 실태를 직접 증언하고 고용유지대책과 실질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초구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접고용노동자 해고금지 긴급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접고용노동자 해고금지 긴급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접고용노동자 해고금지 긴급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장 증언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민간위탁 환경미화원, 청소년 직업체험 강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현장 증언에 나섰다. ⓒ 변백선 기자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간접고용노동자 해고금지 긴급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현장 증언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민간위탁 환경미화원, 청소년 직업체험 강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현장 증언에 나섰다. ⓒ 변백선 기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의 고통을 받는 실태를 직접 증언하고 고용유지대책과 실질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초구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의 고통을 받는 실태를 직접 증언하고 고용유지대책과 실질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초구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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