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인력부족과 감정노동, 임금체불 두려움 호소한 코로나19 ‘영웅들’
보건의료노동자 안전권 노동권 보장·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 피해보상과 지원 시급
정부는 ‘원격의료’ 등 의료영리화 법안이 아니라 공공의료와 보건의료인력 확충에 나서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덕분에 뱃지'를 보건의료노조에 전달했다.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덕분에 뱃지'를 보건의료노조에 전달했다.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노동자와 간담회를 열어 영웅'이라는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안전권과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제대로 된 보상마저 받지 못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현실을 확인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나설 것을 약속했다.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는 22일 금요일 14시 보건의료노조 1층 희망터에서 민주노총- 보건의료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다라는 주제로 민주노총 위원장-보건의료노동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코로나19에 맞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보건의료노동자의 목소리를 통해 공공의료 강화, 노동권 보호 등 코로나19 시대 우리 사회가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기 위해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코로나19, 공공의료 강화의 필요성과 개선과제 중증환자 치료와 코호트 격리 의료기관의 경험과 개선과제 코로나19, 위기에 빠진 중소병원의 노동자들 감염관리의 사각지대, 병원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충 순으로 현장 발언이 있었다.

간담회를 시작하기 앞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20일 열린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덕분에 챌린지일환으로 정부가 제공한 덕분에 뱃지를 보건의료노조에 전달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의료민영화를 막고 의료공공성을 위해 싸워온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있었기에  감염병 위기를 극복해 나갈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보건의료노동자와의 간담회를 가졌다.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보건의료노동자와의 간담회를 가졌다.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김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지난 4개월간 코로나19와 싸우며 보건의료노동자가 흘린 땀을 보상하는 길은 보건의료인력 확충, 공공병원을 늘리기, 사회안전망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확산되고 있는 해고를 막고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가기 위해, 보건의료노동자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감한 법과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520일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회의가 열렸다. 이번 보건의료노동자와의 간담회가 앞으로 사회적 대화에서 노동존중·사회안전망 확대의 가치에 걸맞는 구체적인 과제를 만드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간담회에는 다양한 특성별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참가해 현장 보고를 했다. 공공병원의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코로나19, 공공의료 강화의 필요성과 개선과제중심으로 발언했다.

대구 동산병원으로 15일간 의료파견을 다녀온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은 감염병은 일반 질병과 달라 보조인력 없이 간호사가 전적으로 치료를 담당해야 했다. 혼자서 20명이 넘는 환자를 케어했고 입퇴원이 있는 날이면 쉴새없이 뛰어다녀야 했다면서 대구에서 겪은 인력 부족 상황을 설명했다.

안 지부장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코로나19 환자로부터 발생한 폭력 사건도 언급했다. “정신과 환자와 같이 특수한 상황의 확진자를 받으면서 충분한 교육과 대책은 없었다. 정신과 환자는 여러명이 달라붙어도 대응이 어렵다. 폭행을 당한 간호사들은인간적인 대접을 못 받는다는 생각까지 하며 괴로움에 시달린다고 증언하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15일간 대구 동산병원에 의료파견을 다녀온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이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15일간 대구 동산병원에 의료파견을 다녀온 안수경 국립중앙의료원지부장이 현장 증언을 하고 있다.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김정희 근로복지공단의료본부지부 사무국장은 기존에도 부족한 인력과 낮은 임금으로 간호사의 노동조건이 매우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코로나19 감염위험을 무릅쓰고도 환자들의 컴플레인 등 감정노동과 주위의 따가운 눈총까지 견뎌야 한다고 공공병원 노동자들의 고충을 전했다.

김정희 사무국장은 근로복지공단 병원과 같은 공공병원은 정부의 총액인건비 제도에 묶여 코로나19 전담병원 관련해서 노동자들에게 시간외 수당 등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 간호사 처우 개선비를 총액인건비에서 제외 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된 공공병원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환 부산의료원지부장은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환자를 모두 소개하는 과정에서 의료원을 이용하는 취약계층의 환자의 경우 병원을 제대로 옮기지 못하거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는 안타까운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병원이 정상운영되지 않다보니 일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당장의 임금체불을 걱정하고 있고 원치 않는 무급휴직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지방의료원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지방의료원 노동자의 고충을 알린 정지환 부산의료원지부장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 전담병원인 지방의료원 노동자의 고충을 알린 정지환 부산의료원지부장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서해룡 천안의료원지부장은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걱정없이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아무 메뉴얼도 없이 전담병원으로 급작스럽게 지정됐지만 혼란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사명감으로 일을 했는데 우리 역시 의료원 경영의 어려움으로 임금 체불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원청이고 지방의료원은 하청이란 생각이 든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의료를 지방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에 외주화시켜놓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 주제로 중증환자 치료와 코호트 격리 의료기관의 경험과 개선과제를 중심으로 사립대병원 보건의료노동자의 보고가 있었다. 송금희 원주연세의료원지부 지부장은 민간병원이지만 강원도 지역사회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 역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별진료소를 24시간 운영하고 중증환자 입원치료를 담당하다보니 주52시간 상한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보건소, 지방의료원, 상급종합병원 등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떤 기능과 역할을 담당해야할지 매뉴얼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증언했다.

세 번째 주제로 코로나19, 위기에 빠진 중소병원의 노동자들이라는 주제로 민간중소병원 노동자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송수명 인천사랑병원지부장은 민간중소병원은 코로나 환자를 직접 돌보지는 않지만 선별진료소와 안심진료소를 운영하며 지역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보도 한번에 외래 환자가 50% 수준으로 감소하고 경영악화로 임금반납,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 심화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 등으로 민간중소병원들은 이미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겪어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악화된 상황이라 설명했다.

 

​코로나19를 빌미로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정부를 비판하며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강조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지역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민간중소병원의 경영악화가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임금안정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증언한 송수명 인천사랑병원지부장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를 빌미로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정부를 비판하며 공공의료 확충과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강조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지역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민간중소병원의 경영악화가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임금안정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증언한 송수명 인천사랑병원지부장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마지막으로 양대현 서울아산병원새봄지부장이감염관리의 사각지대, 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충을 주제로 현장 보고를 했다. 양대현 지부장은 원청과 하청업체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감염관리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마스크, 보호장구, 소독약품 등 감염관리를 위한 물품들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차원 역할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며 의료인이든 의료인이 아니든 병원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현장 보고를 바탕으로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대정부 요구안을 소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노동자의 안전권·노동권 보장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의 피해 보상과 지원 국가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공공의료 확대 및 보건의료제도 개혁 보건의료인력 확충 및 인력문제 해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 사회적 대화 및 사회적 연대 실현을 위해 감염병 치료를 위한 마스크, 방호복 등 보호구와 의료물품의 안정적 확보와 원활한 공급 코로나19 환자 격리 치료시 발생하는 과도한 요구 및 행위 자제 캠페인 등 개선활동 법령에 따른 감염병관리기관의 지정 또는 격리소 등의 설치 운영에 대한 직·간접 손실(시설, 장비, 인력) 보상 감염병 대응 및 감염병 치료에 투입된 인력에 대한 직접 보상체계 마련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여 권한과 정책기능 강화 국가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공공의료 비율 30%로 확대 및 공공인프라 구축 의사인력, 간호사인력 등 보건의료 필수인력 확충 긴급 사회적 대화 추진 등 구체적 요구를 발표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을 비판하며 공공의료와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강조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을 비판하며 공공의료와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강조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보건의료노동자의 헌신과 희생에 응원과 감사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넘어 정부의 실질적 지원과 구체적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간담회를 갈무리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전세계적 코로나19 위기를 지켜보며 보건의료인력과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다시 뼈저리게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나 위원장은 코로나19가 더욱 장기화되고 5-6년마다 주기적으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할 거라는 전망 아래 정부는 이제까지의 대응을 평가하고 새로운 대안을 세우는 작업을 해야한다면서 그러나 지금 정부는 지금 원격의료를 말하고 있다. 국민이, 의료진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재벌이 원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 보건의료노동자와 지역방역을 위해 적극 나섰던 의료기관들을 위한다면 원격의료가 아니라 방역과 진료체계 구축’‘제대로 된 보상’‘인력확충과 공공의료 확대를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 를 높였다.

끝으로 2시간여 동안 현장의 보건의료노동자의 목소리를 청취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공의료 확충, 공공의대 설립, 보건의료인력 확충, 코로나19 관련 손실 발생 의료기관 지원과 보상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주노총 차원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정부와 관계부처와 직접 만나는, 노정 대화의 자리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산별교섭 및 투쟁계획을 결정했다. 오는 27일 산별중앙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과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며, 대정부 요구안을 가지고 대정부 교섭 및 사회적 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5월 22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보건의료노조 건물 1층 희망터에서 보건의료노동자와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5월 22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보건의료노조 건물 1층 희망터에서 보건의료노동자와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박슬기 기자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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