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35년, 복직 응원 기자회견 열어…“조합원·희망버스 기억하며, 웃으며 끝까지 투쟁”

“선각공사부 선대조립과 용접1직 사번 이삼칠삼삼 김진숙, 조합원들 믿고 웃으면서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조선소에서 계속 일했다면, 김진숙 조합원은 올해 12월 말 정년퇴직이다. 

금속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김진숙 노조 부산양산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 복직 투쟁에 힘을 싣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7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현장으로 돌아가자. 김진숙 복직 응원 기자회견’을 열었다.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 최대 주주다.

김진숙 조합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진중공업지회 열사들의 이름을 부르며 “한진중공업 열사들이 살아서 온전히 돌아가고 싶었던 곳, 한진중공업으로 돌아갈 마지막 시간”이라며 복직 의지를 밝혔다. 지회와 김진숙 조합원은 지난 6월 23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직 투쟁 시작을 알렸다.

김진숙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가운데)이 7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연 ‘현장으로 돌아가자. 김진숙 복직 응원 기자회견’을 마친 뒤 노조 대우버스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진숙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가운데)이 7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연 ‘현장으로 돌아가자. 김진숙 복직 응원 기자회견’을 마친 뒤 노조 대우버스지회 조합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진숙 조합원은 1981년 10월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에 대한민국 최초 여성 용접사로 입사했다. 먹고 살려고 들어간 조선소에서 동료 노동자들이 계속 다치고 죽었다. 사측은 산재처리조차 해주지 않았다. 식당이 없어 쥐똥 섞인 도시락을 먹으며 일했다.

노조가 있었지만, 현장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김진숙 조합원은 위험하고 열악한 일터를 바꾸고 싶어 1986년 2월 노조 대의원이 됐다. 당선 직후,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만들어서 뿌렸다. ‘노조 집행부가 노조 공개 운영 방안 마련 등에 미온적’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유인물 배포를 이유로 김진숙 조합원은 1986년 5월 부산시 경찰국 대공분실에 세 차례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고문도 당했다. 사측은 경찰 조사를 이유로 1986년 7월 징계해고했다. 김진숙 조합원은 “유인물 몇 장에 불순분자 빨갱이가 되어 해고됐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심진호 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김진숙 조합원은 35년 전 원래 자리, 한진중공업 용접사 김진숙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라며 “지회 조합원들이 최선을 다해서 김진숙 동지를 현장으로, 원래 자리에 서도록 하겠다”라고 결의했다. 지회는 매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는 실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김진숙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왼쪽)이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함께 7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연 ‘현장으로 돌아가자. 김진숙 복직 응원 기자회견’에서 35년 전 사원증을 보이며 자신이라고 가리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진숙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왼쪽)이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함께 7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연 ‘현장으로 돌아가자. 김진숙 복직 응원 기자회견’에서 35년 전 사원증을 보이며 자신이라고 가리키고 있다. ⓒ 변백선 기자

김진숙 조합원은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를 외치며 309일간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였다. 금속노조, 시민사회단체 등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 투쟁과 김진숙 조합원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여 ‘희망버스’ 행사를 기획했다. 2011년 6월 11일, 700여 명이 1차 희망버스를 타고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찾았다.

현재 암 투병 중인 김진숙 조합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항암치료 받을 때 종일 토하고 눕지도 서지도 못했다. 이 힘든 걸 왜 하나 싶다가도 희망버스 타고 와서 눈물로 손 흔들어주던 간절한 손짓들이 눈에 밟혀 버텼다”라고 털어놨다.

김진숙 조합원은 “조합원들 믿고 희망버스 타고 왔던 사람들 떠올리며, 웃으며 끝까지 투쟁해 올해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정현 신부와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영남대의료원지부 조합원), 김경봉 노조 콜텍지회 조합원(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 활동가)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지 발언을 전했다. 울산공장 폐쇄 저지를 위해 상경 투쟁 중인 노조 대우버스지회 조합원들도 함께했다. ‘엄보컬과 김선수’와 ‘신진문화예술행동 흥’이 노래와 연주로 김진숙 조합원 복직 투쟁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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