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이 아닌 투쟁으로 진짜 정의로운 전환과 제대로 된 기후대책을 만들기 위한 충남행진을 시작합니다! 태안으로 달려와 주십시오!

3월 30일 태안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충남노동자행진이 열린다.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기후위기와 해고, 지방소멸을 막아내고 모두가 함께 사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이뤄내기 위해 충남의 노동자와 시민이 함께 330 충남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향한 충남의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를 알려내기 위한 태안석탄화력발전 비정규직노동자인 송상표 충남노동자행진 공동대표의 글을 전한다. [편집자주] 

송상표 충남노동자행진 공동대표(태안석탄화력발전 비정규직노동자)
송상표 충남노동자행진 공동대표(태안석탄화력발전 비정규직노동자)

태안화력발전소 

내가 태안화력발전소에 일한지 20년이 되었다. 벌써 강산이 2번 바뀌는 시간이 흘렀지만 태안의 강산은 그래도 천천히 변해가는 것 같다. 20년 전 경남 진주에서 태안으로 올때가 생각난다. 태어난지 10일 밖에 안된 큰애와 난산으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아내를 두고 남편과 아버지의 숙명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그런 절박함에 나는 눈물을 삼키며 태안으로 왔다. 그때 방실방실 웃는 큰애의 얼굴과 눈물을 억지로 참는 아내의 얼굴에 뽀뽀를 해주는데 아내는 애써 "걱정하지 말고 안전하게 일해"라고 해주던 말이 생각난다.

태안화력발전소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발전사 원청 직원이 지시하는 것은 말이든 문서든 해야만 했고 수시로 터지는 돌발작업들은 밤낮과 휴일을 가리지않았다. 그렇게 정신 없게 일하고 있는데 아내도 나와 떨어져 진주에 혼자 있는 것을 힘들어 했다. 아내는 이삿짐을 싣고 아직 백일도 안된 첫애를 안고 그날따라 눈이 많이 내렸는데 아내는 눈보라를 뚫고 태안으로 왔다. 이사를 하는 날에도 나는 OH공사 야근으로 발전소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있었다. 태안에 어떻게든 왔지만 혼자서 이삿짐을 풀던 아내는 서러움을 참지 못하고 울며 나에게 전화를 했다. 밤 10시 쯤 되었는데 하루종일 밥도 못먹고 이사한 집은 가스가 연결 안되어 있어 방은 냉골에다 애기한테 줄 분유도 못타고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방안은 청소가 안돼 있어 이사짐을 싸고 온 신문지를 방에 펼쳐 놓고 갈았다며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고" 나에게 화를 내며 말하는 것이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순간 "아차 이게 아닌데" 연신 미안하다고 하고 파트장에게 지금 아내가 이사를 왔는데 혼자서 너무 힘들어서 퇴근해야겠다고 했지만 허락받는데 1초 1초가 왜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그때 그시절 나와 발전소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그렇게 일했다. OH라는 계획예방 정지작업이 있으면 내가 일하는 부서는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하여 밤 12시가 넘어 일을 마치고 심지어 밤 1시, 2시에 마치는 일도 예사였다. 밤 2시에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씻고 잠이 드는 시간은 3시 그리고 6시 30분 쯤 일어나 회사버스에 몸을 실었다. 야근에 대한 개인적인 의사도 묻지 않았다. OH공사 기간에는 야근은 당연한 것이였고 야근을 하지 않는 경우 왜 야근을 하지 않는 것을 설명해야만 했다.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으로 집은 잠만 자는 곳이 였고 어떤 날은 곤히 잠든 아내와 큰애의 모습만 볼 수 있었지만 가족과 함께여서 행복했다. OH공사가 끝날때까지 공휴일도 없이 매일매일 그렇게 일했다. 그리고 추석 설날과 연휴가 있는 날이면 오히려 더 힘들었는데 추석 설날 연휴가 많은 날이면 공장들이 많이 쉬어 전력수요가 적어지다 보니 발전을 멈추고 평상시 하지 못한 정비작업을 설날 추석 그리고 연휴때 많이 했기에 고향에 가지 못하는 일이 더 많았다. 24시간 밤샘 작업을 하는 경우도 정말 많았다.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죽음이 발생하기전까지 나와 동료들은 그렇게 힘들게 일했다. 그리고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죽음이후 발전소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전국민은 분노하였고 그렇게 발전소 현장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하였다.

비정규직 정규직

석탄화력발전소 현장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바람이 불어 왔다.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죽음으로 전국민이 분노하면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정규직화가 곧 이루어 질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현실의 벽은 높았다. 기대는 컸지만 현장의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어느 발전사 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비정규직들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고 시위를 하기도 했고 각종 인터뷰와 토론회에 참석하여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그들만의 이유를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모 국회의원은 "노동조합이 어떻게 정규직을 반대하는 시위를 할 수 있느냐"고 따끔하게 질책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발표했던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이 자회사도 정규직전환이다. 정부가 모든 기준을 정립할 수 없다며 한 발 빼기 시작했고 인천공항 코레일 가스공사 마사회등 대부분의 정규직전환 대상자들이 자회사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뜨겁게 달구었던 정규직화 바람은 천천히 식어갔다. 석탄화력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을 담당하는 직군의 노사전협의체가 합의한 한전산업개발 지분을 인수하는 자회사전환 사회적합의는 아직도 이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폐쇄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이상 전지구적 기후위기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탄소배출을 줄여야 했고 정부는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정책을 발표하였다. 폐쇄 정책만 발표 했지 발전소폐쇄로 불거질 수 있는 노동자의 고용문제 지역사회 소멸 문제등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발전소 폐쇄가 가져오는 문제에 대한 연구가 없어 정부문서에 발전노동자들이 연구한 보고서를 참조하는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만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발전노동자들은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설문조사 결과 약 80%의 발전노동자들이 고용이 보장된다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동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석탄발전소폐쇄를 외치는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했다. 그렇게 변화는 일어났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만 외치던 사람들이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고 함께 외치기 시작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어도 발전소 노동자 삶까지 폐쇄될 수 없다."

청원이 아닌 투쟁으로 진짜 정의로운 전환과 제대로 된 기후대책을 만들기 위한 충남행진을 시작합니다! 태안으로 달려와주십시오!
청원이 아닌 투쟁으로 진짜 정의로운 전환과 제대로 된 기후대책을 만들기 위한 충남행진을 시작합니다! 태안으로 달려와주십시오!

충남노동자행진

3월 30일 충남 태안에서 "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삶은 멈출수 없다"라는 슬로건으로 충남노동자행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물어온다. "나는 노동자도 아니고 태안에 살지도 않고 심지어 충남에 살고 있지 않은데 왜 충남 노동자 행진에 참여 해야 하냐고?" 나는 대답하기를 "그러게요? 노동자도 아니고 태안에 충남에 살지도 않은데 왜 충남노동자행진에 참여해야 할까요? 그런데 우리는 이미 알고 있잖아요. 왜 가야 하느지. "  충남노동자행진은 노동자들만의 문제를 알리려고 하는 행사가 아니다. 그리고 발전노동자만의 문제도 아니다. 기후위기로 제일 먼저 폐쇄되고 좌초되는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지역의 문제인 것이다. 떠나가는이 남아 있는이 떠나지도 못하는 이들이 모두 고통 받을 것이고 이들이 어쩌면 내 동료 내 친구 내 이웃 그리고 사랑하는 내 가족이 될수도 있다. 앞으로 전국적으로 같은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충남노동자행진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우리들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되는 출발점인 것이다. 충남 태안에 모여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고 누구도 홀로 남겨두지 않는 싸움에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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