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노동자 근골격계 비급여 치료항목 의료비 지원 중단 발표
노동자 동의 받지 않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노사협의회로 위법 강행
정용진 회장 투자 실패 오너리스크 말 도는데도 고통은 노동자 전담

대표적 근골격계질환 사업장인 이마트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던 비급여 치료항목 의료비 지원을 4월부터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이마트 노동자들이 사측의 일방적인 복지제도 감축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마트노동자들이 사측의 일방적 의료비 지원 축소를 규탄하기 위해 이마트 본사 앞에서 대회를 열고 있다.
이마트노동자들이 사측의 일방적 의료비 지원 축소를 규탄하기 위해 이마트 본사 앞에서 대회를 열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이하 이마트지부)가 조합원 100여 명이 27일 오전 11시 서울 이마트 본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마트는 지난 2월 23일 1분기 전사 노사협의회를 개최해 도수치료·체외충격파·증식치료 및 유사 비급여 치료 항목에 대한 노동자 의료비 지원을 4월 1일부터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마트노동자들이 사측의 일방적 의료비 지원 축소를 규탄하기 위해 이마트 본사 앞에서 대회를 열고 있다.
이마트노동자들이 사측의 일방적 의료비 지원 축소를 규탄하기 위해 이마트 본사 앞에서 대회를 열고 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2019년 마트산업노조가 대형마트 노동자 5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참가자 70%가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원 치료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자료를 인용하며 “의료비 지원 중단은 회사를 위해 뼈 빠지게 일한 사원들을 나몰라라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상순 이마트지부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박상순 이마트지부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근골격계질환 사업장으로, 또 지속적인 인력 감축으로 점점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들은) 안 아픈 데가 없어서 쉬는 날도 병원 다니느라 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박상순 이마트지부 수석부위원장은 이마트 노동자들에게 근골격계 질환이 만성화된 상황을 전하며 사측의 의료비 지원은 마땅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또 “한채용 이마트 대표이사가 사원들의 관절 치료비를 정용진 회장 취임 선물로 갖다 바치고 있다, 이번에 의료비 지원 축소하면 내년엔 또 무엇을 축소할지 알 수 없다”며 조합원의 단결로 이를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신승훈 이마트지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신승훈 이마트지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신승훈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이번 의료비 지원 중단이 결정된 과정의 문제를 짚었다. 의료비 지원 등 회사의 복지 규정은 취업규칙에 해당하며, 이를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방향으로 변경하려 할 때는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 혹은 전체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이마트는 이 과정을 생략하고 노사협의회 협의만 거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팀장이 의사로서 마트노동자에게 근골격계 비급여 치료 지원이 왜 반드시 필요한지 발언했다. 반복 동작을 많이 하는 마트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기 쉽고 비급여항목 치료가 필요한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최 팀장은 “일하다 아파서 받게 된 치료 지원을 회사가 해주는 건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또 이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한국의 산재보험, 유급·무급 병가 제도 미비를 짚으며 “이번 의료비 삭감 저지 투쟁을 계기로 이마트 노동자들이 의료 공공성·노동자 건강권 증진을 위해 함께 싸워달라”고 부탁했다.

“사원 부담 의료비 10만원조차 내기 어려워 참고 참다가 치료받으러 다니는 사원들의 고단한 일상이 (경영진에게는) 보이지 않는단 말입니까?”

봉원경 이마트지부 경기본부 평택지회장은 이마트 노동자들에게 의료비 지원이 실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알렸다. 의료비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의료서비스를 불필요하게 받는 노동자는 없다는 것이다.

강연희 이마트지부 대구경북본부 만촌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강연희 이마트지부 대구경북본부 만촌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캐셔파트 13년 농수산 7년, 바구니를 올리고 내리고 옆으로 이동하다 보니 척추 중심축은 틀어지고 골반은 좌우 높이가 달라졌으며, 만성 허리통증 어깨통증으로 일주일에 한 번 도수치료로 연명하는 근골격계환자 마트 노동자입니다.”

강연희 이마트지부 대구경북본부 만촌지회장은 자신의 사례를 들어 마트노동자가 앓는 근골격계 질환을 상세히 소개했다. 또 노동자에게 의료비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경영진의 잘못으로 인한 부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에게 “태어나보니 금수저였더라도 제대로된 경영철학, 노동자를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갖추면 어떨까” 꼬집었다.

정민정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민정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용진 회장이 취임하면서 신상필벌이라는 말을 입에 올렸다고 합니다. 회장 취임 선물로 이마트 노동자 의료비 지원 중단을 갖다준 정용진 회장, 누가 누굴 벌한단 말입니까!”

정민정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연대 발언에서 정용진 신세계 회장과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비스연맹은 이마트지부에 연대해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며 연대를 약속했다.

강우철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강우철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작년 정용진 회장이 부회장이던 때 이마트에서 받아간 급여가 37억입니다. 그래놓고 그 37억을 벌어다 준 우리 의료비 지원을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강우철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최근 이마트가 관리자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상황을 토사구팽이라고 일축했다. 관리자 직급을 이용해 마트노동자들이 노조 만드는 걸 탄압하다가 그 쓸모가 다하니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트 노동자 의료비 중단 사태 역시 관리자 직급 희망퇴직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경영진이 실적 부진을 사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승훈 이마트지부 위원장이 노조가 진행한 의료비 지원 중단 반대 서명을 사측에 전달하고 있다.
신승훈 이마트지부 위원장이 노조가 진행한 의료비 지원 중단 반대 서명을 사측에 전달하고 있다.

대회 후반 신승훈 이마트지부 위원장이 노조가 진행한 의료비 지원 중단 반대 서명을 사측에 전달했다. 노조는 3월 12일부터 25일까지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해 의료비 지원 축소에 반대하는 이마트 사원 7천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대회 참가자들은 의료비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레드카드를 무대에 붙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노조는 의료비 지원을 지켜내기 위해 싸움을 지속할 예정이다.

대회 중 문화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대회 중 문화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대회 중 문화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대회 중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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